[𝐏𝐂 𝐯𝐞𝐫.] 𝐀 𝐝𝐫𝐨𝐩 𝐨𝐟 𝐫𝐚𝐢𝐧 (中_𝟐𝟏𝟎𝟔𝟏𝟒)

📺 𝐋𝐚𝐰 𝐒𝐜𝐡𝐨𝐨𝐥

(로스쿨)

 

#준솔에이 #준솔a #준휘강솔a

 

플랫폼에서 지하철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솔은 옆에서 휴대폰을 하고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한준휘 정도 얼굴이면 꽤나 인기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주말에 시간이 비는거지.

 

"한준휘야, 너 진짜 약속 없는 거 맞아?"

 

"응, 있었으면 여기 못 왔겠지."

 

"에이, 아닌데. 너 같은 녀석이 약속 없을 리가 없거든?."

 

"나 같은 녀석은 어떤 녀석인데?"

 

되물어오는 그의 질문에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그러게, 내가 생각하는 한준휘 너는. 

 

"어, 응? 그렇게 갑자기 물어보는 거 있냐?"

 

"그야, 궁금하니까. 솔, 너한테 나는 어떤 사람인가해서."

 

"적어도 주말에 약속 없을 것 같진 않거든, 한준휘. 너 정도면 주변에 사람들도 많을 거고."

 

"만약 내가 약속 있었어도 난 너랑 같이 놀러 간다고 이야기 했을 거야."

 

"...나랑 같이, 왜?"

 

"꼭 이유가 필요한가? 같이 가고싶으니까 그렇지. 이제 우리 탈 거 들어온다."

 

나랑 같이 가고 싶다는 건가, 아니면 그냥 자기도 오랜만에 여행 가고싶어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서 물어봤더니 오히려 생각만 더 복잡해졌다. 지하철에 타자 다행히도 두 자리가 비어있어서 재빨리 그곳에 앉았다.

 

"야, 자리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이거 쭉 타고 가야하는데."

 

"응, 잠깐만 너 어깨 좀 빌리자."

 

"어?"

 

제 옆자리에 앉은 준휘는 그녀의 어깨에 제 머리를 살짝 기대더니 그대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너무 무거우면 말해라?"

 

"알았으니까, 잘 거면 어서 잠이나 자."

 

조금씩 움직이며 잠을 자는 준휘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괜히 쉬어야하는 날인데 본인 때문에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닿은 생각은.

 

"잘생겼네."

 

"...그니까, 내가 잘난 거 맞다니까. 기억하죠? 선배."

 

"뭐, 뭐야. 너 잔다며!"

 

"자고 방금 일어났어, 너가 잘생겼다고 할 때쯤? 어깨 빌려줘서 고맙다."

 

솔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가 방긋 웃어보였다. 젠장, 그러니까 하필 자다가 왜 그때 일어나냐고. 한준휘야. 민망해서 제 뒷머리를 긁적거리곤 앞을 보니 어느새 내려할 곳이었다.

 

"이번에 내려야하니까, 짐 잘챙겨."

 

"내 건 이미 챙겼고, 여기 너 것도."

 

"어어, 고마워."

 

언제 또 제 짐은 챙겼는지 손에 꼭 쥐어주곤 일어나자고 눈짓하는 그였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몇 분 더 들어가서 내리자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와, 바다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람도 불고, 좋은데?"

 

"아침부터 일찍 나온 보람이 있다. 배는 안고파?"

 

"아직은 괜찮아, 일단 좀 걸을까."

 

둘은 좀 더 바다 가까이로 내려와서 모래사장을 위를 걸었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했던 스터디원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김 교수님, 그리고 양 교수님, 그리고 그외 다른 분들의 도움도 있었기에 지금은 그땐 그랬었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

 

"이렇게 바다보면서 걸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

 

"그동안 답답했던 거 소리라도 질러봐, 그때 너 아지트에서 했던 것처럼."

 

"아이씨, 그건 또 왜 말하는 건데. 한준휘!"

 

"어차피 여기 지금 우리 둘 밖에 없는데, 뭐 어때."

 

솔은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바다를 응시하곤 두 손을 입가에 모아 외쳤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젠 별 일 없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솔이 원하는 일 이뤄지게 해주세요!"

 

"뭐야, 나 따라하지말고 준휘 너도 너 거 소원 있을 거 아니야?"

 

"나도 너랑 똑같은데, 정말 이젠 주변 사람들 다 마음고생 그만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어."

 

"그거 말고, 또 바라는 거 없어?"

 

"음, 더 말하자면. 그 중에 너가 제일 행복하면 좋겠다."

 

"민망하게 무슨 말할 때마다 나야, 그만해. 한준휘."

 

"그니까 이제 그만 오지랖 부리고 너 자신도 챙기라고. 신경쓰이잖아."

 

"어우, 네. 신경쓰이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한준휘님."

 

"그럴 땐 흔쾌히 알겠다고 하는 거야."

 

한참 이야기를 하고있던 찰나, 갑자기 하나 둘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점점 더 쏟아져내렸다.

 

"아니, 오늘 일기예보엔 날씨 좋다고 그래서 우산도 안가져왔는데!"

 

"일단 이거 같이 쓰고, 근처에 비 피할 곳 있는 것 같은데 어서 가자."

 

준휘가 가리킨 방향에 슈퍼가 하나 있었고 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휘는 입고있던 남방을 벗어선 머리 위에 쓰고 그녀에게 손짓했다.

 

"들어와, 그래야 비 안맞지."

 

"음...어, 어! 그래. 감기 걸리면 큰 일 나니까."

 

"옷이 그렇게 큰 건 아니라, 내 옆에 좀 더 붙어. 끝에 잘 잡고."

 

솔이 쭈뼛거리자 그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끌어 제 품으로 당겨안았다. 순간 그의 체향이 느껴지면서 솔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달아올랐다. 한준휘, 너랑 같이 있으면 이상하지만 싫진 않은 기분이 들어. 가슴 속에서 몽글거리고 간지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계속 그 따뜻함을 받고 싶은 느낌. 

 

나만 이런 건지, 너도 나와 있을 때 이런 기분인 건지. 알고싶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