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𝐀 𝐝𝐫𝐨𝐩 𝐨𝐟 𝐫𝐚𝐢𝐧 (下_𝟐𝟏𝟎𝟔𝟏𝟒)

📺 𝐋𝐚𝐰 𝐒𝐜𝐡𝐨𝐨𝐥

(로스쿨)

 

#준솔에이 #준솔a #준휘강솔a

 

아무리 슈퍼가 가깝다고 해도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았는데, 그와 같이 뛰다보니 몇 분 안되어 금방 도착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슈퍼 앞에 도착하고 고개를 들어 준휘를 바라보니 그제서야 그의 머리에 물기가 맺혀있다는 걸 발견했다.

 

"야, 너 머리카락! 옷 같이 쓰고 온 거 아니야?"

 

"괜찮아,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와서 그래. 넌 어때?"

 

"덕분에, 어깨만 살짝 젖었어. 어떡하냐, 너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넌 밤만 새도 코피 나잖아, 너보단 건강하니까 내 걱정 하지 마라?"

 

"아니, 그거랑 그게 같아? 그나저나 너 머리에 물기라도 닦자, 뭐 가져온 거 없나..."

 

솔은 급하게 가방을 뒤지다가 다행히도 언제 넣어놨는지 모르는 수건 하나를 발견하고 어서 꺼내 준휘에게 건냈다. 

 

"다행히 가방 안에 수건 있네, 이걸로 젖은 부분 좀 닦아."

 

"어디가 젖은지 잘 모르겠어, 좀 닦아주라."

 

 

젖은 머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준휘를 보고 솔은 준휘의 머리를 수건으로 조심히 닦아주었다. 

 

"너 감기 걸리면 나도 많이 신경쓰일 것 같으니까, 특별히 닦아주는 거야."

 

"아, 그럼 아까 옷 안쓰고 비 좀 더 맞을 걸 그랬다."

 

"야, 한준휘! 그냥 너 혼자 닦을래?"

 

"농담이야, 농담. 나 신경쓰인다니까 기분 좋아서."

 

"...뭐라는 거야."

 

그녀는 준휘의 눈을 마주보다 어색한 듯 머리카락을 보며 수건을 매만졌다.

 

"진심인데, 나 너랑 같이 놀러와서 기분 좋거든."

 

"그렇구나, 그. 다른 사람들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치? 아하하..."

 

와, 정말 어색하다. 강 솔, 리액션을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었냐. 차라리 나도 그래, 라는 좋은 말이 있잖아. 하지만 이미 말해버린 걸 어쩌겠어.

 

"그것도 그것대로 재밌었겠지만, 너랑 이렇게 둘이서만 어디 놀러온 적은 없었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도 놀러 안왔어?"

 

"응, 나도 별로 생각 없었고."

 

"아, 아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솔은 순간 멍해졌다. 그니까 다른 사람과도 잘 안오는 여행을 나랑 둘이서 왔다는 건가? 이게 무슨 의미지.

 

"솔아."

 

"응."

 

"아까 지하철 기다리면서 물어봤잖아, 너한테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그랬지."

 

"주말에 약속 없을 것 같은 사람 말고, 너가 정말 느끼는 한준휘 라는 사람은 어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동안 너가 지켜봤던 나는 어떠냔 뜻이야."

 

"친절하고, 잘 챙겨주고, 너가 담당한 일도 잘 하고, 무엇보다 의지가 되더라."

 

"응, 그리고."

 

"...한준휘, 너는 따뜻한 사람이야."

 

솔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따뜻함이 정말이지 좋아서, 사람을 헷갈리게 해. 모든 사람한테 다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날 더 챙겨주는 건지. 지금 이걸 듣는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나에 대해서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해줬네. 고마워."

 

"아무튼. 이제, 너가 말할 차례야."

 

"가만히 듣다보니까, 강 솔. 바보 맞구나 싶다."

 

솔이 당황해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자 준휘가 입을 열었다.

 

"착하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똑같이 쓰진 않아."

 

"...그럼?"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물론 지금도 강 솔 너고. 처음엔 양종훈 교수님 형법 수업 들을 때, 그저 핀치에 몰린 널 도와주려던 거였는데,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너라는 사람을 옆에서 봐오고 알아가면서 마음이 커졌어. 언제 꼭 너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기회를 솔이 너가 만들어 준거야."

 

"난, 나만 착각하고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나 혼자 그런 거면 접는 게 맞으니까."

 

준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제 손만 바라보는 솔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았다.

 

"나도 지금 굉장히 용기 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니까, 말하는 사람 얼굴은 봐줄래?"

 

"그, 갑자기 이러면...!"

 

"너 혼자만 그랬던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마음 접지 말아줘."

 

"한준휘, 넌 내가 이런 생각하는 거 알고 있었어?"

 

"글쎄, 그건 비밀."

 

"됐거든, 눈치 좋은 너가 모를 리가 없을 것 아냐."

 

"그것보단, 지금 우리가 서로 같은 마음인 걸 확인한 게 더 집중해야할 이야긴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만, 어?"

 

이야기 하고있는 사이 제 눈 앞에 다가온 그의 얼굴에 솔은 더 캐물을 수 없었다.

 

"솔아, 좋아해. 그전부터 좋아했었고. 앞으로도."

 

"넌 무슨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가깝게 붙어서 해."

 

"여기서 더 붙을 수도 있는데, 궁금해?"

 

"뭐, 뭐? 더 말하다간 큰 일 나겠네. 저리가."

 

괜히 부끄러워 솔은 준휘의 가슴팍을 툭 쳐서 밀어냈다.

 

"걱정하지 마, 너가 싫은 건 난 안해."

 

"치, 내가 언제 싫다고 그랬냐..."

 

그 순간 준휘가 고개를 돌려선 솔의 입술에 살짝 제 입술을 맞물리곤 떨어졌다.

 

"야! 한준휘!"

 

"어, 비 그쳤는데. 배고프다, 이제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솔아."

 

"너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면 내가 봐줄 것 같아?"

 

"잘생겼다면서, 내 얼굴 봐서라도 봐주라."

 

"...몰라,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가자. 준휘야."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치고 햇살이 둘의 앞길을 비추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