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𝐎𝐮𝐭 𝐨𝐟 𝐩𝐮𝐫𝐞 𝐧𝐞𝐜𝐞𝐬𝐬𝐢𝐭𝐲 (中_𝟐𝟏𝟎𝟔𝟏𝟔)

📺 𝐋𝐚𝐰 𝐒𝐜𝐡𝐨𝐨𝐥

(로스쿨)

 

#삐죠 #죠삐 #솔삐지호 #솔b지호

 

※이전 상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서지호의 눈앞에 내밀어진 새하얀 손, 정말이지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지금 본인의 상태도, 상황도, 그냥 이 공기도, 본인을 에워싼 모든 것들이 말이다. 하지만 생각과 반대로 그의 시선은 그녀의 손을 간절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의 몸은 아까부터 계속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중이었고 솔 B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지금 자존심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이 위기를 넘기고 봐야지.

 

"이번 한 번 뿐이야, 강 솔. 그 이상은 없을거고."

 

"그래. 알겠으면 일어나."

 

솔 B의 말에 답하고 일어나려는 찰나,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다시 머리가 띵해지며 서지호는 그만 제자리에서 다시 주춤거렸다. 

 

"너, 진짜 손 많이 간다."

 

"하, 하읏. 으... 도와주기로 했으면, 좀 제대로 도와주는 게 맞는 거, 아냐? 입만, 흣. 산 건가."

 

"아직 혼자서 괜찮은 것 같네, 네가 알아서 따라와."

 

솔 B가 앞서 계단을 내려갔고 그 뒤를 지호가 난간을 잡으며 따라 내려갔다. 다 내려올 때쯤, 아래에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서지호, 잠깐 멈춰."

 

"...또, 뭔데."

 

"너 페로몬이 점점 퍼지고 있어, 이대로 나가면 안돼."

 

솔 B는 제 페로몬을 뿜어서 지호의 향을 덮었다. 최소한으로만 뿜어낸 것이지만 그녀는 우성 알파였기에 향을 맡자마자 그의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치 제 모든 구멍이란 구멍을 통해 향이 침범하는 듯하였다. 레몬라임향, 의외이면서도 솔 B와 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한, 그런 신기한 향이었다.

 

"내가 아는 곳 있어, 거기로 갈 거야."

 

"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 강 솔."

 

"다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네 기숙사 방 안에서 할 순 없잖아? 아님 그런 게 취향인가."

 

"좀, 조용히 해. 방금 그 말 상당히 거슬리니까."

 

지호의 말을 들은 솔 B가 순간 낮은 조소를 뱉었다. 그래봤자,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데? 고작 내가 옅게 뿜어낸 체향에도 버거워하는 서지호, 네가. 솔 B는 학교 주차장에 세워둔 제 차의 조수석 문을 열더니 들어가라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본인은 운전자 석에 앉아선 시동을 걸었다. 학교에서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기가 빨린 느낌에 지호는 눈을 감았다. 정적이 지나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곳에 있는 다소 큰 별장이었다.

 

"서지호, 그만 자고 차에서 내려."

 

"그렇게 이야기 안 해도 내가 알아서 해."

 

그의 말을 가볍게 흘려들은 솔 B가 익숙한 듯이 돌계단을 따라 별장 안으로 걸어 올라갔고, 지호도 주위를 슬쩍 둘러보곤 따라들어왔다. 별장의 층고는 높았으며 안에 나무로 이루어진 계단이 있는 걸로 봐선 2층도 있는 모양이었다.

 

"옷걸이는 저기, 정리하곤 여기 앉아."

 

 그가 겉옷을 정리하고 근처 소파에 앉자 솔 B는 그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댔다.

 

"인상 좀 풀지, 피차 도움 받기로 한 상황이지 않나?"

 

"풀든 말든, 강 솔, 할 이야기 있으면 빨리 말해."

 

"그래, 끌어봤자 좋을 것 없고 본론만 말하면 너랑 나, 같이 잘 거야."

 

"내가 너랑 왜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 서지호 네 안에 있는 열기가 빠지니까."

 

지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강 솔B, 중학교 동창사이랑 잔다고.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런 건 단 한 번도 맹세코 상상해본 적도 없고, 가늠이 가지 않는다. 너랑 몸을 섞는다는 사실이. 

 

"강 솔, 너. 진짜 싫어. 진심이야."

 

"싫어하던가, 어차피 서로 좋아하지 않아도 같이 잘 수 있거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를 지호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뗐다.

 

"그래서 넌 다른 사람들이랑 몇 번 자봤나봐?"

 

"어, 알파는 러트가 있으니까. 그냥 이것도 하나의 생리적 현상일 뿐이야."

 

뒤이어 그녀가 지호에게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너도 히트 사이클 올 때마다 했을 것 아냐."

 

"한 적 없는데."

 

강 솔B가 순간 미간을 움찔하더니 지호를 바라봤다.

 

"그럼, 여태껏 그냥 약으로 참았다고?"

 

"어, 딱히 그렇게 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 약 먹고 나면 괜찮아졌으니까."

 

"...이거 참. 상당히 놀랍네, 서지호."

 

당연히 그도 몇 번 자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강 솔B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니, 지금껏 그냥 약 하나로 버텨온 거라니. 본인도 한 정신력 하지만 어떤 면에선 자신보다 독한 모습을 지호에게서 느낀 솔B는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었다.

 

"그러니까 넌, 내가 처음이구나?"

 

"그래, 그 처음이 너라니 달갑지 않네."

 

"아까 나보고 싫다는 건 이미 들었어."

 

"거기에 더 얹어서 이야기 하는 건데, 알아두라고."

 

그 순간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지호의 옆자리에 앉아 바짝 붙어 앉았고, 둘의 거리는 한순간 가까워져 이윽고 서로의 숨결이 각자의 볼에 닿는 중이었다.

 

"나도 하나 말해줄까, 서지호. 난, 이 상황이 마냥. 싫진 않거든."

 

그러니까, 싫다는 네 진심따윈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내 손을 잡고 이 안으로 들어온 이상, 넌 최선을 다해 이 상황 속에 자신을 던지고 노력해야한다는 것만 기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