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希望

📺 𝐌𝐫. 𝐒𝐮𝐧𝐬𝐡𝐢𝐧𝐞 (미스터 션샤인)

#동매지은

; HL연인 드림, 단편, 미스터 션샤인 12회 소재 참고.

; 신체 중 일부가 잘리거나 찔리는 것, 남창이라는 등의 몇몇 부정적 어휘가 들어가있으니

   위의 내용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보는 것을 지양합니다.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호텔 글로리라는 곳은 이런 날씨에

영향을 받는 곳이 아니기에 늘 북적였다. 그러보고니 오늘 히나가 동매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다며 이 날만 지은에게 동매한테 그 말을 전해달라는 말을 했더랬다.

오야붕이라면 당연히 거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은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어, 호타루!" 

 

"(네가 반갑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맞다. 오야붕은 어디계셔요?"

 

그래도 여기 살면서 히나에게 배워둔 짧은 일본어로 호타루에게 동매가 

어디로 갔는지 묻자 호타루는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종이에 빠르게 할 말을 

적어내려갔다.

 

"(오야붕이라면 지금 화월루에 가셨어요.)"

 

"정말요? 아...그 전해야하는 말이 있는데."

 

"(제가 대신 전해드릴까요?)"

 

"어엇, 괜찮아요! 사실 아씨한테 부탁받은 거라서."

 

"(알겠습니다. 나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지금 가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우리 또 봐요. 호타루!"

 

지은이 방긋 웃어보이며 호타루의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호타루도 알겠다고 답하는 듯

웃어보였고. 그러고보니 조금 늦게 나왔던 터라 주변은 점점 어둠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시간에 오야붕도 없이 이 주변을 다니는 것은 위험한 것을 지은은 알고 있었던 터라

제 걸음을 재촉하여 화월루로 발길을 향했다.

 

"빈관만큼이나 여기도 환하고, 북적이는구나. 볼 때마다 적응 안되는 것 같아."

 

화월루에 도착하였지만 바로 입구에 동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찾으려면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아, 그러고보니 자신이 여자인지 모르는 사람이

여기선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후, 그래. 빨리 전하고 나오는 거야."

 

입구로 들어서자 기모노를 입은 기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머나, 귀여운 도련님이시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오야붕을 찾으러 왔는데."

 

평소보다 조금 더 목소리를 낮게 깔곤 머리 위의 모자를 더 짓눌렀다.

 

"오야붕께서는 맨 위층에 계신데? 한번 가보셔요."

 

"알겠소, 알려줘서 고맙고."

 

지은은 알려준 기생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여보이곤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는 동안 오야붕의 부하들을 마주쳤으니 꼭대기에 동매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드디어 맨 꼭대기 층의 끝방에 다다르던 찰나.

 

"술! 술을 더 내놓아라, 안주도 좋고~여기 경치도 좋구나!"

 

시끄러운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리자 친일파, 아니면 일본쪽 관리로 보이는 자가 꽤

많이 취해보이는 모습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저러다가 나중에 이불킥

하는 데라고 생각했다가 어차피 이 곳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의민지 모르리라 싶어서

서둘러 그 곳을 지나가려는 찰나.

 

"응? 네 놈도 여기서 일하는 자냐?"

 

".....! 이게 무슨!"

 

잔뜩 취한 그 남자가 그만 지은의 손목을 꽉 잡고말았다. 젠장, 당황하면 안되는데...

 

"난,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오. 많이 취한 것 같소만, 이 손목 놓으시오!"

 

"어허! 취한 거 아니라니까안. 어디 한 번 네 놈 얼굴 좀 보자!"

 

순식간에 그 남자는 지은의 턱을 한 손으로 잡더니 이리 저리 훑어보았다.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반반한게, 예쁘구나?"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소! 그만 놓으시오!"

 

"예끼, 이 놈 네 놈이 남창인 것을 내가 다 알고 있거늘!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냐?"

 

말이 안통하는 자라는 것을 깨닫고 지은은 제 턱을 잡은 그의 손을 제 두 손으로 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론 품에 항상 작은 총을 가지고 다녔지만 이 곳은 길거리도 아닌 

무신회의 사업장이었기에 여기서 함부로 총을 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있어도 무용지물인 상태인 것이다.

 

"하하, 이 녀석 좀 보게. 네 놈이 그러면 그럴수록 더 망가뜨리고 가지고 놀고싶구나!"

 

그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지은의 목을 점점 조여왔다. 체격의 차이도 있고

힘의 차이도 있었기에 금방 지은의 숨은 차올랐다. 컥컥거리며 아득해지는 시야에

다듭해진 지은은 모든 힘을 내서 버둥거리다가 제 입가에 남자의 손이 닿자 있는 힘껏

이빨로 콱 물어버렸다. 아그작, 무섭고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입 안에 비릿한 피맛도

함께 들어오는 것 같았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아악! 네 놈이 감히!"

 

남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지은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주변에 있던 기생들은 놀라서 

황급히 밖으로 달아났고 남자가 지은의 몸 위로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거기서 그만 두시지요, 나으리."

 

"뭐야, 또 어떤 놈이 방해하는...구동매?"

 

"그 사내는 제가 보살피는 자인데, 벌써 손을 대셨습니까."

 

"그래, 얼굴도 반반하고 여리여리하니 가지고 놀기 딱 좋아서. 

 손을 좀 대보려는데, 칼이나 들고 설치는 낭인따위가 나한테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술값은 안받겠으니, 나오시지요. 나으리. 당장 안나오시면 제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릅니다."

 

"이 놈이? 보자보자하니까 명령을 하고말이야. 여흥을 깨지말고 썩 꺼져라!"

 

남자는 무시하고 올라탄 상태로 지은의 넥타이를 풀고자 했다. 지은은 제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에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으으, 으아악! 싫어! 싫다고!"

 

"...당장 꺼지라고 전 말했습니다. 나으리."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 커헉...! 구...동, 매. 네 이놈!"

 

동매의 칼끝이 남자의 귀를 스치더니 귀를 잘린 남자가 지은의 옆으로 쓰러지며 

없어진 한 쪽 귀를 부여잡곤 울부짖었다. 

 

"지금 나한테, 허억. 무슨 짓을 한거냐! 하야시 공사께서 이를 알기라도 하면, 

 네 놈을 가만히 둘 것 같으냐?"

 

"말하시던가요, 전 분명히 경고했는데. 무시하신 건 나으리 아니십니까?"

 

하지만 동매의 말을 무시하고 남자는 지은에게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동매의 칼은

남자의 손목을 베었다. 붉고 짙은 핏자국이 바닥을 물들였다. 지은은 제 호흡을 

가다듬기도 벅차서 놀랄 틈도 없었다. 남자의 비명이 다시 한번 들렸고.

 

"이 새끼가 정말 구질 구질하게도 구네. 그냥은 못 보내드리겠습니다."

 

동매는 남자의 목을 잘라버리려다가 지은을 한 번 바라보곤 남자의 가슴 

깊숙히 칼을 꼽곤 뽑은 후 옆에 있던 남자의 옷가지에 칼을 닦았다. 

그리고 누워서 헐떡이는 지은을 안아들었다. 

 

"이제 다 끝났어, 눈 좀 떠봐."

 

"...허억, 헉...구동, 매."

 

그러고보니 매번 '너' 라고 불리거나 '꼬맹이' 라고 불려도 해맑게 '오야붕' 이라고 말해주던

지은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동매의 이름을 불렀을까. 

 

"그래, 나 여기 있어. 천천히 숨 쉬고 나 봐."

 

"하, 하아...오, 야붕."

 

지은은 순간 잡히는 동매의 손을 꼭 잡았다. 순간 동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여기에 

있지만 않았어도 네 녀석이 다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또 내 옆으로 오려다가 다치게

된 것 아닐까. 여러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래도 지은이 여기서 더 다치지 않은 것에 내심

세상에 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감사' 하는 마음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화월루에서 제 거처로 오는 길까지 동매는 지은을 품에 꼭 안았다. 이 작은 몸으로 아까 그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지. 좀 더 빨리 인기척을 느끼고 널 지켰어야 했다.

지금까지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냥 사는 것이었다면 지은을 만나고 나선 '살고 싶다.' 는 

헛되고 값비싼 '희망'이 생겨버린 동매였기에.

 

'살아만 있어, 이대로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네 녀석이 멀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과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