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누리달 열하루, 그 날의 기록.

📺 𝐌𝐫. 𝐒𝐮𝐧𝐬𝐡𝐢𝐧𝐞 (미스터 션샤인)

#히나지은 #양화지은

; 히나지은, 히나 천사님과 같이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함, 퍼가지 마세요.

; 2020년. 6월 11일의 기록.

 

1) "좋은 아침이구나. 맑기를 바랬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가 내릴게 뭐람.

 

 "(네 인기척에 로비에서 나와 창 밖을 봐) 역시, 장마가 오긴 오려나봅니다. 

   그래도 비가 쉬 그칠 것으로 보여서 다행이고요. 아참, 잠은 잘 주무셨어요? 아씨."

 

  "벌써 장마라니. 일러도 너무 이르지 않니? 뭐어, 오전에 그친다고 하긴 했지마는... 

   이 습한 느낌이 너무 싫구나. (고개를 끄덕여) 물론이란다. 지은이, 너는 잘 자고 일어났니?"

 

  "그럼요, 아씨께서도 잘 주무셨다니 기분이 좋은걸요. 날씨가 습하면 빨래도 잘 안마르는데, 

   볕이 들 때 틈틈이 말려놔야 겠습니다. (작은 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보니 희성 도련님이 애기씨 앞으로 꽃가마를, 또 보내시려고 하시던데. 

   이번엔 성공하실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햇빛으로 바싹 말려줘야 살균도 되고 여러모로 좋은데. 

   일찍 온 장마니 일찍 지나가길 바랄 수 밖에. 

   흐음... 저 도련님도 생긴 것과 다르게 집요하시단 말이지. 

   나는 또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에 한 표를 걸련다. 너는 어느 쪽에 걸 생각이니?"

 

  "저야 늘 아씨랑 똑같은 마음이니까요. (다를 것이 뭐 있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지.) 

   제가 전에 저잣거리에서 슬쩍 듣기론 두 분이... 정혼한지 10년이 되었다고 하시던데, 

   희성 도련님께서 그간 한 번도 오지 않으셨다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말입니다. 

   (의아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해)"

 

  "어머, 그러니? 10년이라... 애기씨께서 그렇게 완강한 거절의사를 표하는 이유도 

   어렴풋이 이해는 되네. 무슨 사연이 있으셨기에 10년이란 세월 동안 발걸음을 하지 않으셨을까..."

 

  "제가 예상하기론, 딱히 정혼에 관심이 없으셨던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아니고서야... 애기씨를 마다할 이유가. 딱히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꽃가마랑 편지는 여급한테 잘 부탁해뒀으니까요. (아, 다시 돌아올 물건들 같단 말입니다. 에휴우.)"

 

  "정혼에 관심이 없으셔서 10년이나 걸음을 하지 않았던 도련님이 

   이제 와서 격렬하게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라... 흥미롭지 않니? 

   나는 남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더구나."

 

  "(어느새 가배를 한 잔 들고와서 네게 건네며) 아, 원래 남의 연... 애, 아차차, 

    그 사랑 이야기가 재밌는 건 다들 똑같으니까요. 혹시 새삼스레 미모에 반하셨다던가...

   (나름 그 이유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이다.)"

 

  "(고맙다는 듯이 눈인사를 찡긋, 해보이곤 잔을 받아들어) 너도 그렇구나. 

   (잠시 고민) 뭐어, 애기씨의 용모가 썩 나쁘지는 않으시지. 단아하고, 단정하고, 올곧고."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다간) 아, 확실히 멀리서 보니 양반댁 애기씨 같긴 하시더라고요. 

   당차 보이시기도 하고. 그래도, (장난스레 팔짱을 끼려다 아직 보는 눈이 많이 있기도 해서 

   조심스레 네 손을 톡톡치곤) 전 누가 뭐래도 아씨가 최곱니다! 

   그나저나, 어이쿠... 역시 가마가 다시 돌아오나 봅니다."

 

  "네 눈에 최고면 그걸로 되었다. (웃음) 어찌 이리 사람 마음을 홀리는데 뛰어날까. 

   그렇구나. 그럴 줄 알았지, 뭐. 이젠 놀랍지도 않구나."

 

  "아유, 저는요. 진심밖에는 말 못합니다! (제 가슴을 치곤 빵긋 웃어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침 가배 드시러 슬슬 도련님이 내려오실 때가 되었는데. 

   분명 또 엄청 고심하는 표정으로 앉아계시겠죠. 결과를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 꽤 씁쓸하네요."

 

  "어쩌겠어. 씁쓸한 현실도 받아들이셔야지. 언제나 달콤한 현실만 있는 게 아니란다? 

   (계단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 내려오시나 보다. 준비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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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방문을 똑똑 두드리곤 물어) 아씨, 석반 드시기 전에 책방에 같이 가시겠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니? 물론이지, 가자."

 

  "(모자걸이에 있는 제 모자를 눌러쓰며) 예! 그래도 아침 말고는 비가 따로 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외출하기 좋은 날씨죠."

 

  "그래도 비가 오다 그쳐서인지 습한 건 여전하구나. 때문에 더 후텁지근한 기분이야."

 

  "어우, 날씨가 정말 눈치가 없네요. (밖으로 나오자 생각보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미간을 찌푸려) 

   조만간 태라 양복점에도 한번 가야겠어요. 이제 이 옷은 너무 더울 것 같으니."

 

  "맞는 말이야. 눈치도 없지, 정말. 그러자꾸나. 새로 예쁜 양장과 옷을 맞추러 가자. 

   새로이 들어온 옷감으로."

 

  "(널 보고 웃음을 지어) 날씨는 이래도 역시 새로 옷을 지어 입는다는 건 늘 기대되는 일인 것 같아요.

   (저 멀리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저기 책방이 보이네요. 아씨덕분에 오랜만에 책 구경을 하겠어요. 

   (웃음)"

 

  "새로운 건 무엇이든지 설레지. 오랜만에 하는 책 구경이구나. 

   (서점에 들어가 주인과 눈인사를 나눈다.)"

 

  "(네 옆에서 나란히 따라 걷다가 옆에 정리된 다른 책들을 만지작거리며) 

   음, 저는 이런 책냄새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옆에 놓여진 책을 보더니) 

   어... 간단 조선어 회화. 이런 책도 있네요? 신기하다."

 

  "맞아, 책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도 들고 말이지. 조선어 회화에 관심 있니?"

 

  "(펼쳐서 몇 번 읽어보며 미소를 지어) 아, 그냥 좀 신기해서요! 

   (옆에 일본어와 영어 등 다른 외국어 말도 배울 수 있는 서책도 있는 듯 하다.) 

   그것보단 양이들 말에 더 흥미가 가네요."

 

  "원하는 책이 있으면 말하렴. 내가 찾는 서적은 이 서점에 없는 듯싶구나. 

   내일 날이 밝으면 다른 서점을 가야겠어."

 

  "(아쉽다는 듯 입을 삐죽했다) 에잉, 내일은 꼭 원하시는 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영어 회화책을 손에 들었다) 요즘 외국인 손님분들도 많이 오시고하니, 

   지식도 쌓을 겸 겸사겸사 한 번 해보겠습니다. (웃음)"

 

  "그러길 바래야겠네. (작게 미소를 띄며) 그래, 우리 지은이가 그렇다면 하나 사자. 그거면 되겠니?"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예, 알파벳은 익혔으니 이 정도는 혼자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더 늦어지기 전에 이제 돌아가실까요? (서점 주인에게 인사하곤 문을 열어주며)"

 

  "벌써 어두운 밤이 되었구나. 그래, 이제 가자꾸나. 

   (서점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서점을 나서) 어제 못한 밤산책을 이렇게 하네."

 

  "(주변을 둘러보자 나름 선선한 바람에 가로등은 환하게 켜져있어 어둠 사이에서 밝게 빛났고 

   가지각색의 옷들을 입은 사람들이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게요. 어젠 그렇게 비가 세차게 오더니 

   오늘의 밤은 그렇지 않아서 아씨랑 이리 밤산책도 나오고. 하루가 끝나갈 때 이리 마음에 들어서야."

 

  "하루의 끝이라도 좋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종일 우중충했다면 정말... (고개를 가로저어) 

   내일은 습한 기운도 없고, 그저 맑기만 했으면 좋겠네."

 

  "예, 아. 그리고 오늘 304호 방을 소재하다가 무슨 검정 복면 같은 것을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그 나으리께서 착용하실 것 같진 않아서... 일단 함구해야겠지요? (어깨를 으쓱해보여)"

 

  "검정... 복면이라고? (표정이 짐짓 진지해져) 응, 일단 함구하고 있으렴. 비밀이란다, 알겠지?"

 

  "(끄덕) 알겠습니다. 다행히 저를 뺀 직원들은 못본 듯하니까요. 

   혹시라도 다른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아, 벌써 도착했네요. 

   (모자를 다시 걸어놓곤 머리를 정돈해) 저는 로비를 정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아씨께선 먼저 들어가 쉬셔요. 그럼 내일은 양장점에 같이 가시는 겁니다!"

 

  "다행이구나. 항상 고맙구나, 지은아. 네가 있어서 마음이 참 든든하단다. 그럼 나는 먼저 올라가볼게.

   무리하지 말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싶으면 너도 푹 쉬렴. (끄덕끄덕) 그래, 내일은 양장점도 가고,

   다른 서점도 가자꾸나. 나간 김에 맛있는 주전부리도 먹고 말이지."

 

  "헤헤, 주전부리 좋지요! 오늘도 부디 푹 주무시길 바라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뵈어요, 우리 아씨이."

 

  ＊

 

  그날의 기록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