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누리달 열나흘, 그 날의 기록.

📺 𝐌𝐫. 𝐒𝐮𝐧𝐬𝐡𝐢𝐧𝐞 (미스터 션샤인)

#히나지은 #양화지은

; 히나지은, 히나 천사님과 같이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함, 퍼가지 마세요.

; 2020년. 6월 14일의 기록.

 

1) "중반은 챙겼니? 나는 조금 전에 챙긴 참인데. 지은이, 너도 맛난 걸로 챙겼으면 하는구나."

 

 "그럼요, 든든하게 잘 챙겼습니다. 아참, 304호 나으리 방을 청소하는데 저번에 있었던 검정 복면이 

   사라졌습니다. 이것 또한 저만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그러니? (...) 그 분은 참 알다가도 모를 분이구나. 이 또한 너와 나의 비밀이다, 알겠지?"

 

  "그럼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미국 나으리께서 밤늦게 친우분을 데려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이후로 복면이 발견되었다가 애기씨께서... 애순아씨를 찾으러오신 그날 밤 이후로 

   없어진 것 같은데. 혹 이것이 무슨 연관이 되어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친우분이 방문하신 이후 복면이 발견되었다가 애기씨가 다녀가니 그 복면이 사라졌다... 흥미롭구나.

   허나, 이 일이 새어나가선 안된다. 혹여 이 이후로 더 알게 된 게 있다면 제일 먼저 나에게 일러주렴."

 

  "(네 이야기를 들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 저번에 서점에 가셨을 때 찾으시는 책이 없으셨잖아요. 혹시 어떤 책을 찾으시는 건가요?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 펜싱과 관련된 책이었단다. 몸으로 직접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론적인 부분도 알고 싶어서 말이지. 지금은 원하는 책을 찾아 읽었으니 

   그 궁금증은 모두 해소되었단다."

 

  "앗, 다른 서점에 가셔서 원하시던 서적을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봤을 때 아씨도, 

   관심 있으신 분야면 눈이 막 엄청... 반짝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보기 좋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말씀드리네요. 헤헤."

 

  "어머, 그러니? 눈이 반짝거린다라... 관심 있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은데? 지은이, 너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라던가, 

   예쁜 옷을 지어 입을 때라던가, 나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는 거 알려나 모르겠네.

   (찡긋, 웃어보인다.)"

 

  "제가 그렇습니까? (자신을 가리키곤 눈을 깜빡여) 그거야 아씨랑 같이 있으면 늘 행복하니까요. 

   (이야기를 하다가 밖을 내다보곤) 오늘은 바람도 제법 부는 모양이니, 그동안 못했던 펜싱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쉬어서 몸이 둔해졌을 것같습니다... 우우."

---

2) "나도 너와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단다. (날씨를 한 번 보곤) 

   비가 한바탕 쏟아져서 날도 그리 덥지 않고, 햇볕도 은은하게 내리쬐니 연습하기 딱 알맞겠구나. 

   준비하고 나오렴. 나도 금방 준비하고 나올 테니."

 

 "(고개를 끄덕이고 제 방에 들어가 오랜만에 플뢰레와 보호도구를 꺼냈다. 

   이것들도 다 아씨께서 제 체구에 맞게 구해주신 것이었다. 한 번 먼지를 툭툭 털고서 

   머리 보호구와 칼을 들곤 마당으로 나왔다) 이야, 너무 오랜만이라서 많이 떨리는 걸요. 

   아씨의 펜싱 실력에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입니다."

 

  "나도 왠지 모르게 엄청 오랜만에 하는 기분이네. (보호장비를 갖춰입고 플뢰레를 맞대) 

   자, 배운 대로 하는 거다? 잊지 않았겠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플뢰레를 맞댄다. 선선한 바람에 마당에 널어둔 이불이 살짝 흩날리고 

   칼 끝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 몇 번을 그리 맞대다가 히나의 빈틈이 보이자 플뢰레를 

   쭉 뻗었는데) 이거 뭔가, 너무 빈틈이 쉽게 보이는데? (아차 싶어서 서둘러 걸음을 뒤로 뗐다.)"

 

  "(아차, 싶어 걸음을 뒤로 빼는 네 빈틈을 놓치지 않고 플뢰레를 쭉 뻗어 네 얼굴 앞에서 딱 멈춰) 

   빈틈이 쉽게 보인다고 기세등등하면 안된단다."

 

  "(머리 보호구 바로 앞이었지만 칼 끝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실로 대단했다) 세상에, 

   설마 노리신 겁니까? 아, 역시 대단하십니다. (보호구를 벗고 근처에 있는 물을 한잔 마셨다.)"

 

  "당연하지. 대련 초반부터 점수를 빼앗기긴 아쉽잖니. (웃음) 그래도 놀랍구나. 많이 늘었네. 

   연습, 쉬지 않고 계속했나봐? (땀을 닦으며 물을 한 모금 들이킨다.)"

 

  "(으쓱하곤 컵을 다시 내려놓고 자기도 땀을 닦았지) 그거야, 아씨께서도 그 기술로 스스로 

   몸을 지키시니 저도 배우겠다고 이왕 말한 것이면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씨의 공격은... 일단 필사적으로 막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달까요? 

   (장난스레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여)"

 

  "그런 마음가짐으로 펜싱을 하다니 기특하구나.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무엇이든지 포기하기가 쉽지. (아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려) 그렇긴 하지? 

   내 몸 하나 지키자고 배운 검술이니 상대방을 밀어붙여서 끝을 보는 연습만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저 솔직히 아까 플뢰레를 몇 번 되받아친 것만으로도 스스로 놀랐다니까요. 

   처음에 5번도 못 받아치고 넘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 

   아, 역시 연습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세를 다시 고쳐잡았다.) 

   아유, 이제 저한테도 만회할 기회를 딱 주시면 될 것 같은데."

 

  "그만큼 지은이, 네가 많이 성장했다는 뜻이지. 맞는 말이네. 연습을 절대 자기 자신을 배신하지 않아.

   깊이 새겨두렴. (작게 웃어) 그럼 다시 한번 대련을 해볼까? 

   이 대련이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꾸나."

 

  "맛있는 거요? 너무 좋죠. (다시 보호구를 딱 맞게 씌우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고 

   플뢰레를 잡았다) 이왕이면 2:0 보다 1:1로 저도 한 번 이겨보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것이 

   더 짜릿할 것 같으니까.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이윽고 몇 번의 날붙이의 마찰음이 이어졌다.)"

 

  "(자신에게 뻗어져오는 칼 끝을 쳐내며 너의 공격에 바짝 집중해) 너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쉽사리 양보할 순 없지."

 

  "(바람이 불어왔지만 칼 끝에 자신의 모든 신경을 집중한 탓에 보호구 안에선 땀이 송골송골 

   맺혀왔다) 좀처럼, 봐주시질 않으니. 포기하지 않고 찾을 수 밖에요. 

   (끈질기게 네 공격을 받아치며 틈을 노리다 약간의 도박을 해보기로 하고 장기전으로 몰아붙인다.) 

   오래 버티십니다."

 

  "(장기전으로 돌입할 생각인가. 꽤나 머리를 썼구나, 지은아. 하고 생각을 한다) 당연하지.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잖니? 너야말로 오래 버티는구나."

 

  "(점점 팔이 아파지고 힘이 들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지. 

   그러다 네가 잠깐 흔들린 사이에 상체 중앙으로 기습해. 완벽히 이기진 못했지만 

   히나를 조금 당황케 하는 것엔 성공한 듯하다) 휴...아직은 여기까지 인 것 같네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엇, 하고 잠시 놀라) 조금만 더 했다면 완벽한 너의 승리였겠는걸? 

   청출어람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구나. 수고 많았어."

 

  "(대련을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 오랜만이었는데 그래도 아예 몸이 

   굳은 건 아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다음엔 꼭 저도 한번은 완벽히 이길 수 있도록 해볼게요. 

   석반은 뭐로 드시겠습니까? 대련을 하다 보니 이리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네요. (웃음)"

 

  "기대하고 있을게. 깔끔하게 1승을 가져가는 지은이를 말이지. 그러게 말이다. 

   시간 가는 게 참 빠르기도 하지. 글쎄-. 너는 먹고 싶은 게 있니?"

 

  "글쎄요, 뭘 먹는 게 좋을까... (널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오늘은 땀도 흘렸으니 그만 쉬러 들어가고 내일 같이 드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그 날의 기록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