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𝐂 𝐯𝐞𝐫.] 𝐀𝐧𝐲𝐨𝐧𝐞 (단편_𝟐𝟏𝟎𝟔𝟎𝟗)

📺 𝐋𝐚𝐰 𝐒𝐜𝐡𝐨𝐨𝐥

(로스쿨)

 

#준솔에이 #준솔a #준휘강솔a

 

강 솔, 그녀에겐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힘든 순간 늘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시 2차로 불리는 한준휘. 그는 자신의 집 옆에 이만호가 이사를 왔을 때도 CCTV를 설치해줬으며 그 외에도 작고 큰 여러 사건 속에서 그녀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줬다. 처음엔 그저 호의일 거라 확신했지, 하지만 그것은 이내 마음속의 작은 의심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남을 챙길 수 있는 걸까? 물론 이런 고민을 하는 당사자인 강 솔도 어떤 사람이 곤란하다면 그저 지나칠 사람은 아닌, 오히려 한 오지랖 하는 성격이었지만.

 

"에이, 설마. 아니겠지."

 

"뭐가 아닌데?"

 

대학교 로비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던 강 솔의 정적을 깬 건 다름 아닌 그 고민의 주인공이었다. 

 

"뭐야,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한준휘는 글쎄, 하며 으쓱해 보이더니 이내 자연스레 강 솔의 옆에 앉았다.

 

"네가 한숨 푹 쉬면서 중얼거릴 때부터?"

 

"어? 그럼 다 본 거잖아!"

 

"그런가? 그래서, 고민이 뭔데요. 선배?"

 

장난을 걸며 자기한테 웃어 보이는 준휘를 보고 강 솔의 마음에 또 한 차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었다. 싱숭생숭하고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정의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무섭다. 그냥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질문을 던진 준휘의 말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기에 강 솔은 잠시 주춤하다가 답했다.

 

"...저기, 한준휘야." 

 

자길 불렀냐는 듯 눈을 한번 깜빡이곤 본인에게 집중하는 그를 보고 쉽사리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 준휘와 이야기 하는 것이 원래 이렇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은데. 강 솔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넌 누구한테나 다 친절한 거지?"

 

강 솔의 물음이 한준휘에게 던져졌다. 한준휘 너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 녀석인 거 알고 있으니깐. 내가 괜히 힘들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서 이상한 착각하는 거라면, 이 감정을 정의하고 싶지만 너와의 관계도 멀어지는 건 싫으니까. 그냥 내 착각인 거야.

 

"글쎄, 그 질문은 갑자기 왜 하는 거야?" 

 

"진짜 별 건 아닌데... 준휘 너는 나 힘들 때마다 늘 도와주고 그랬잖아. 스터디 하는 애들한테도 그럴 거고, 맞지?"  

 

강 솔의 이야기를 들은 준휘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가 이내 솔을 응시했다.

 

"음, 그래서?"

 

"아, 아냐! 이번에도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나 그럼 찾아볼 거 있어서 먼저 간다!"

 

강 솔은 차마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가 없었다. 본인의 궁금증을 풀려고 소중한 인연 중 하나와 멀어질 순 없었다. 그럴 바엔 그저 미해결 과제로 본인이 안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고, 어색하게 일어나서 준휘에게 손을 흔들곤 기숙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준휘의 시선은 강 솔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녀가 간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곤 본인도 발걸음을 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닿을 수 있을지 모를 공기 중에 흩어져버릴 그 말을.

 

"...누구한테나 다 그러진 않아, 넌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니까."